강아지를 바랬지만, 어쩌다보니 2살짜리 개가 생겨 버렸습니다. 개의 나이가 있는지라 새로운 교육은 좀 무리고, 이미 세팅되어 있는 교육만 활용할 수 있는데, 화장실, 얌전함 등의 기본적인 교육은 충실히 되어 있어서 지내는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. 다만 저를 처음 봤을 때 부터 엄청 친한척 하는걸로 봐서, 집 지키기는 역할은 틀린것 같더군요.
그런데 이름은 그다지 귀엽게 지어주지 못했습니다. '휴지'거든요. 화장지에서 따왔습니다. 저는 '이슬'이나 '산'으로 짓고 싶었는데 모두 기각되고, 최고 연장자의 뜻을 따라서 '휴지'로 낙찰되었습니다. 어르신의 뜻인지라 저도 별 불만은 없지만요. 참고로 저희 고모네 개 이름은 '먼지' 랍니다. ^^
일단 잘 안 짖어서 조용하고, 안 깨물고, 애교 잘 부리고, 낮 안가리고, 화장실도 대충 가리다보니 같이 사는덴 별 지장이 없더군요. 그래서 금방 배경속으로 녹아들었습니다. 게다가 이전엔 경험하지 못한 표정도 볼 수 있었습니다.
아무 생각없이 초컬릿을 꺼내서 오독오독 먹고 있는데, 휴지가 옆에 와서 물끄러미 쳐다보더군요. 왜 작품을 보다보면 '버려진 강아지 같은 눈'이란 표현이 종종 보이지 않습니까. 휴지가 그와 유사한 표정으로 빤-히 보고 있는데, 그 모습에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.... 애처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달까요. 시선을 초컬릿에 고정한 채, 초컬릿을 움직이면 고개도 따라서 움직이는 휴지의 눈속엔 정말 알기쉬운 갈망이 담겨져 있었습니다. 그래서 초컬릿을 작게 잘라서 주었더니 달려들어서 잘 먹네요.
...라고 생각했는데 왕 실수했습니다. 친구가 개한테 사람 음식은 절대 주지 말라고 하네요. 개 몸에 안좋다고 합니다. 일단 애완견 껌이랑 과자도 있는데, 이거 주면 아주 좋아서 미치더군요.